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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MacGuffin)이란 무엇일까?

by 영화/드라마 공부하기 2025. 5. 3.

쿠엔틴 타란티노 '펄프 픽션'

맥거핀(MacGuffin), 그것을 위해 달리지만 결국 중요하지 않은 것?


시나리오를 공부하면서 한동안 저를 헷갈리게 만든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맥거핀(MacGuffin)’입니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특수한 장치나 복잡한 구조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뜻밖에도 아주 단순한 개념이더라고요. 그런데 그 단순함 속에서 아주 중요한 ‘이야기의 동력’을 담당한다는 걸, 공부가 조금씩 깊어지면서 알게 됐습니다.



맥거핀이란 무엇인가?


맥거핀(MacGuffin)은 이야기를 시작하게 만드는 어떤 ‘목표물’이나 ‘목적’을 말합니다. 주인공이 그것을 얻기 위해 움직이고, 그로 인해 사건이 전개되지만, 정작 그 ‘무엇’ 자체는 이야기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특징을 가집니다.

이 개념을 널리 퍼뜨린 사람도 역시 히치콕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죠.

“맥거핀은 등장인물에게는 매우 중요하지만, 관객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즉, 이야기의 핑계이자 동력 장치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걸 좇는 과정에서 인물의 욕망, 관계, 갈등, 진실이 드러나며 이야기가 움직이게 되는 거죠.



예시로 이해하는 맥거핀


몇 가지 대표적인 영화 속 예시를 살펴보면, 개념이 더 명확해집니다.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이 영화에서 인물들이 추적하는 것은 가방 속 돈입니다. 하지만 결국 이 돈은 아무 의미 없는 사물로 남고, 영화는 인물들의 도덕적 선택과 운명이라는 주제로 흘러갑니다. 가방은 단지 그 주제를 열어주는 도화선이죠.
• <펄프 픽션>
전설적인 장면이 있죠. 마르셀러스의 가방.
가방 안엔 뭐가 들어 있는지 끝까지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가방을 두고 벌어지는 사건들이 영화 전체를 이끌어갑니다.
가방 안의 내용은 중요하지 않아요. 그것을 욕망하고, 보호하고, 두려워하는 인물들의 행동이 핵심이죠.
•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여기서도 자주 등장하는 맥거핀은 ‘명단’, ‘암호’, ‘핵폭탄’ 같은 물건들입니다. 그것들이 뭐냐보다 중요한 건 그것을 두고 벌어지는 액션과 배신, 임무 수행 과정입니다.

이처럼 맥거핀은 이야기의 핵심이 아니지만, 인물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중요한 장치로 작용합니다.



맥거핀을 단순히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오해하면 안 되는 이유


시나리오 공부를 처음 시작했을 때, 저는 맥거핀을 “결국 중요하지 않은 거니까 대충 정해도 되겠지”라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시나리오를 쓰다 보니, 그 ‘중요하지 않음’은 그냥 아무렇게나 던져도 된다는 뜻이 아니라, 인물의 욕망과 이야기 전개에 얼마나 유기적으로 작동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관객은 맥거핀 자체에 빠져들기보다는, 그 맥거핀을 둘러싼 사람들의 태도와 선택에 빠져들게 됩니다.
즉, 관객은 “가방 안에 뭐가 있지?”보다, “왜 저 사람은 저 가방을 지키려 할까?”, “왜 저 인물은 그걸 포기했을까?” 같은 감정과 인간적인 이야기로 끌려가는 거죠.



시나리오를 쓰는 입장에서 배운 점


요즘 제가 쓰고 있는 시나리오에서도 맥거핀 비슷한 장치를 하나 설정했습니다.
주인공은 죽은 친구의 유품인 노트를 찾으려고 애씁니다. 처음엔 노트에 무슨 엄청난 비밀이 담겨 있는 줄 알았지만, 그 노트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주인공은 친구와의 과거, 자기 자신과의 관계, 죄책감 같은 감정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결국 노트 안에 뭐가 있었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걸 향해 움직인 덕분에, 이야기가 시작되고 감정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중요한 장치였어요.

그래서 저는 맥거핀을 ‘이야기의 핸들’ 같은 것이라 느낍니다.
방향을 제시하지만, 그 자체가 목적지는 아닌.



좋은 맥거핀을 만들기 위한 팁

1. 인물이 강하게 원해야 하는 것일 것.
그게 중요하든 아니든, 인물에게는 ‘목숨 걸 만큼’ 중요해 보여야 합니다.
2. 갈등을 유발할 수 있을 것.
그것을 두고 경쟁, 숨김, 배신이 생겨야 서사적 동력이 생깁니다.
3. 감정적 또는 상징적 연결고리가 있을 것.
그냥 물건이 아니라, 인물의 내면과 연결되어 있으면 더 깊은 이야기가 가능합니다.



맥거핀은 이야기를 걷게 만드는 첫 번째 발자국


처음엔 그게 전부인 줄 알았지만, 막상 걷다 보면 그건 핑계에 불과했다는 걸 알게 되죠.
이게 바로 맥거핀의 매력입니다.
시나리오를 쓰는 우리에게는, 인물을 길 위에 세우는 작은 동기이자, 관객에게는 인물에 감정 이입하게 만드는 시작점입니다.

혹시 지금 구상 중인 이야기나 캐릭터가 있다면,
“이 인물이 강하게 원하고 추적하는 무언가”를 한번 설정해보세요.
그게 바로 여러분의 이야기 속 ‘맥거핀’이 될 수 있습니다.